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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앉은 채로 육신을 벗은 "한암선사" 죽음의 미학

현재가 중요해 2023. 5. 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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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상원사' 앉은 채로 육신을 벗은 "한암선사" 죽음의 미학

상원사(上院寺)의 한암 선사는 입적할 때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가셨다. 앉은 채로 턱을 약간 뒤로 젖히고 허공을 응시한 채 죽음을 맞이한 모습이다. 이 사진은 6.25 전쟁 때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선우휘씨가 우연히 성원사에 들렀다가 선사께서 홀로 입적하여 계신 모습을 포착하여 찍은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수도의 세계가 관념이 아닌 실존의 세계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선사는 죽음의 미학을 보여준 것이다. - 조용헌의 사찰기행 -

 

상원사에서 조금 올라가면 중대가 있고 중대 위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眞身舍利)를 봉안한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다. 수많은 신도들이 한두평 남짓한 적멸보궁을 찾아 수많은 소원을 빌기도 하는 곳이다. 특히 정초 음력 초3일 기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코로나 이후의 불교의 절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예전에는 초하루 보름을 서울에서 많은 신도들이 적멸보궁 기도를 하고 상원사 문수보살님 친견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사계절이 철철이 아름답지만 계절 중 특히 눈이 쌓인 적멸보궁과 오대산은 온 천지가 그야말로 고요하고 적멸해서 눈위를 걸어가기가 죄송할 정도로 주변 설경(雪景)이 아름다워 그림속에 자신이 들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의 말사이다. 세조와 관련된 일화가 많으며, 상원사 동종 등 유명한 문화재들이 있다. 상원사는 월정사와 달리6.25 전쟁 중에도 피해를 입지 않은 절로 유명하다. 전각들 자체는 1947년에 건설되었기에 문화재적 가치는 전혀 없었지만, 한국전쟁 피해를 입었다면 이 절의 국보인 문수보살상과 동종마저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4 후퇴 당시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군이 절에 머물 것을 우려해 월정사 등을 불태우며 후퇴했고 이는 상원사에도 해당될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원사 주지였던 승려 한암이 이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국군 군인들이 와서 절을 불태워야 하니 나갈 준비를 하시라고 하자 한암은 알겠다면서 가사와 장삼을 차려입고 법당에 들어가더니 정좌하고 "자, 이제 불을 놓게."라고 태연히 말했다.

 

군인들이 놀라며 왜 안 나오느냐고 말하자 "당신들은 군인이니 명령을 따라 불을 놓으라. 나는 불제자이니 내 몸도 함께 태워서 부처님께 공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것을 본 국군 장교는 상원사의 문짝을 떼어내서 태워 연기만 낸 후 돌아갔다는 훈훈한 일화가 있다. 당시 인근 부대의 장교로 있던 소설가 선우휘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상원사라는 소설을 썼다.

다행스럽게 상원사는 살아남았지만, 월정사를 비롯한 다른 유서 깊은 절들은 잿더미가 되었으니 국군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세조와 얽힌 이야기가 있는데, 이 고양이들이 상원사에 들른 세조의 바지자락을 물며 법당으로 못 가게 막아섰다. 세조가 이상하게 여겨 법당 안을 뒤져보니 그 안에 자객이 있었다는 이야기. 이리하여 이 고양이들은 전용 밭을 하사 받고 석상까지 만들어져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법당에는 문수보살상이 있다. 이 역시 세조의 등을 밀어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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